Egene K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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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전 '끝나지 않는 유년기'를 위한 작가 노트
 구이진 /  20120804 
 file /  네오룩배너.jpg

끝나지 않는 유년기
: 마음 아이와 함께 살기


난 왜 하필이면 이야기들을 그리는 걸까? 내가 하면서도 그 이유를 제대로 알 수 없는 일들이 생각보다 많다.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지만 답이 시원하진 않다. 이번에는 뭔가 다른 걸 해보고 싶었지만 다시 한번 오래된 동화 이야기의 한 장면에 이끌려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막혔다 풀렸다 그렇게 이야기들을 그려 나가다가 나는 내가 반드시 읽어내야 할 책 밖의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내가 결코 잘 알지 못했지만 알고 있다고 착각했던, 또 다시 오래된 이야기들에 이끌려 그림을 그리고 있는 ‘나’라는 이야기였다. 나는 오래된 이야기들로부터 나 자신을 일상과는 좀 다른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빌렸다. 그림 그리기는 내게 그 이야기를 만나게 해주고, 그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독특한 독서법이 되기도 하며, 누군가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는 목소리가 되기도 한다.  

내 이야기 속의 나는 영원한 아이다. 한때 나는 여러 심리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이 아이가 빨리 어른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자 전전긍긍하기도 했다. 나보다 솔직한 내 그림들은 나의 그런 혼란을 고스란히 보여 주었다. 냉정한 거울 같은 그림 앞에서 안달하기와 고개 떨구기를 반복하는 시간을 보낸 후, 드디어 나는 열망과 자책을 모두 그만 두기로 했다. 나 자신이 끝나지 않는 내면의 유년기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에 더 이상 저항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마음에 들건 들지 않건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기로 했다. 그러자 상황의 다른 부분이 보이기 시작했다.

주변을 둘러보면 쓸쓸한 모습으로 무기력하게 방치된 어른 아이들이 많다. 어떤 이들은 자신이 아이라는 사실을 아예 모르거나, 혹은 알더라도 그냥 덮어 두어 오히려 내면의 유년기에 저도 모르게 중독되어 버리기도 한다. 또는 그것을 극복하거나 수정할 대상으로 여기고 저항해 보기도 한다. 이제 내가 끝나지 않는 유년기에 대해 또다시 이야기하는 이유는 그것을 그대로 살아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마음 아이는 닦달해서 어른이 되는 존재가 아니며, 이미 어른인 내가 아직 아이인 나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끊임없이 찾아 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니 오히려 이 미숙하고 아슬아슬한 내면의 존재가 품고 있는 작은 씨앗 같은 사랑스러움을 덤으로 발견하여, 기꺼이 지금의 나를 긍정할 수 있는 여유까지 찾아내게 된다. 이제야 나는 끝나지 않는 유년기를 서성이고 있는 내 마음 아이에게 진심 어린 미소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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